+ 평화
 

각 수도회 장상 수녀님들께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기념한 ‘지구를 위한 희년-2020 창조의 시기’를 마무리하며, 어제 10월 4일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에 교황 회칙 『Fratelli tutti-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에 관하여』가 반포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복음의 기쁨(2014)』, 『찬미 받으소서(2015)』,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2018)』, 『그리스도는 살아계시다(2019)』 등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권고와 회칙들을 통해서 절박한 고통과 어둠 속에 있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떤 부르심을 받고 있는지 재확인하고 빛을 받으며 새롭게 일어설 용기와 희망을 얻곤 하였습니다.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에 대한 새 회칙 또한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리고 이 세상 모두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새 회칙의 제목으로 쓰인 ‘Fratelli Tutti’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에게 남긴 28가지 권고 중 여섯 번째 ‘복음의 향기로 구별되는 삶의 방식에 관해’에서 인용된 것으로, 이 회칙에서는 인류와 피조물 전체를 포함하는 의미로 ‘모든 형제자매 brothers and sisters all' 라고 해석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회칙은 사회경제적 위기와 수많은 문제들로 고통받는 인류공동체가 대화와 만남, 형제애와 연대를 통하여 모두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조화롭고 평화로운 ‘더 큰 인류 가정’을 건설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교황님은 우리가 이 세상의 고통 받는 이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다시 강조하시며,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지구촌 곳곳의 이주민들이 경계와 국경을 넘어 열린 마음과 환대를 통해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촉구하십니다. 극단적인 대립과 반목, 차별과 혐오로 치닫는 부서진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장 작은 이들의 이웃 즉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어야 할 우리의 소명을 일깨우고, 모두를 위한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화와 합의, 연대와 정치적 사랑의 실천 등을 강조합니다.

마지막 8장에서는 세계 평화와 정의구현을 위한 종교의 역할, 종교간 대화와 연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2019년 2월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이슬람 지도자 알 아즈하르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이 함께 서명한 ‘세계 평화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인류 형제애에 관한 공동선언’의 내용들이 길게 재인용됩니다. 두 종교지도자가 서명한 역사적인 이 선언문은 이번 회칙 『Fratelli Tutti』의 핵심 메시지를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285 참조)

교황청에서는 우리 수도자들은 물론, 우리의 사도직 활동 영역 안에서 만나는 하느님 백성들이 회칙 『Fratelli Tutti』에 대해 알고 읽을 수 있도록 홍보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한국어판이 곧 출간되기를 기대하면서, 이 팬데믹 시대에 우리가 살고 증거해야 할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교황님의 새 회칙을 수도공동체가 함께 읽고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2020년 10월 5일 월요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장 조 에노스 수녀